대안시평
보건정책에서 젠더문제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 보건정책에서의 성/젠더 이슈가 없다
조회: 2478 / 148
- 글쓴이
- 정진주
- 등록일
- 2011/09/27
- 첨부파일
- 관련사이트
보건정책에서 젠더문제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정진주(미래사회와 건강연구소 소장)
우리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사회로의 이행, 사회적 불평등 심화라는 변화 속에서 건강관련 이슈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 건강한 출산을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의 건강 모두가 중요하고, 고령화 시대를 맞아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증가로 건강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사회집단간 건강불평등의 심화, 다문화사회에서 결혼이민자 및 이주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에 대한 적절한 정책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충족시키는 것 일뿐만 아니라 미래성장 동력으로서 또 가장 기초적인 자본재로서의 노동력의 확보 및 유지, 불건강으로 인한 노동시장 진입 및 유지에 따른 어려움이 낳은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와 노동조건의 악화로 인한 건강 훼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보건정책에서의 성/젠더 이슈가 없다
국민건강의 향상을 위해서는 전 생애주기를 통하여 생활환경의 변화와 예방을 통하여 문제발생 이전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고 건강 훼손 시에는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 생애주기를 통하여 대상자의 특성에 맞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국민 건강을 향상시켜야 한다. 정책대상자를 명확히 하는 것은 국민건강권 확보와 미래에 가중될 사회경제적 부담을 궁극적으로 감소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
대상자에 적절한 보건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성(sex/gender)별 건강수준의 발생원인과 건강수준의 차이를 감안한 정책실행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건정책은 성중립적(몰성적)으로 시행되었거나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음으로서 정책대상의 파악이 미흡하고,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져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국민 모두의 건강증진에 소홀히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보건정책은 건강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성별 사회환경(일자리, 업무내용, 소득, 교육, 가족 등)인 젠더와 신체적, 생물학적 차이인 성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보건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리나라 보건과 관련한 정책내용을 살펴보면 성차를 반영한 정책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마련된 새로마지플랜2010은 임신․출산 및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정책을 포함하고 있으나 임신, 출산 등 여성에게 적용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성(sex/gender)별 건강정책이 포함되고 있지 않다.
건강수명 연장과 건강형평성 제고를 지향하고 있는 국민건강증진계획2010은 각 질병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2010년까지 건강수명을 72세로 연장하는 등 172개의 목표지표를 제시하고 있으나 성별 현실 파악이 미흡하고 성별 목표치를 어떤 방식으로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시하고 있지 않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가장 최근에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는 건강투자전략은 사회투자전략의 일환으로 건강한 노동력을 현재와 미래사회에 중요한 인적자본으로 중요하게 간주하고 치료중심에서 생애주기별 예방 중심으로 정책이 변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생애주기별로 성/젠더별 건강상태에 대한 정책은 부각되고 있지 못하다.
한편 노동자의 건강을 예방하기 위한 제2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05-’09) 계획에서는 모든 근로자의 “안전복지사회”를 목표로 크게 다섯가지 전략을 추진하고 113개의 세부사업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 전략으로는 1) 사망재해 다발업종․영세사업장 등 산재 취약부문에 행정역량 집중, 2) 노사자율의 산재예방활동을 촉진하되, 법령 위반에 대해서는 책임원칙 확립,
3) 전통적 유해․위험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면서, 새로운 안전보건문제에 능동 대응, 4) 노사정 및 유관단체간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 제고, 5) 노사의 안전보건교육 및 훈련시스템 구축을 통한 교육․훈련 활성화를 삼고 있다.
그러나 ILO(2004)가 각 국의 산재발생수, 노동안전보건 관련 예산, 법제도 등을 고려하여 평가한 노동안전보건지수에서 한국은 1점 만점에 0.559점을 받아 동유럽, 중앙아시아 국가보다 못한 47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의 안전보건에 관한 투자 및 결과가 매우 저조할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과 남성 노동자의 노동재해의 원인과 결과에는 완전히 무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성(sex/gender)이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소득, 교육, 직업, 가족, 노동 등)과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여성과 남성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채 보건정책이 수립, 시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여성의 노동환경개선 및 안전보건관리를 통한 노동자건강 향상은 거의 부재하다.
성(sex/gender)과 건강을 다루는 보건 인프라가 필요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일반적으로 오래 살지만 여성은 만성질환에 시달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불건강의 원인도 남성과는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강을 의료적인 차원에서 의학적 요인을 중시하는 반면 일터, 가정, 지역사회 등에서의 생활이 개인 및 집단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에는 잘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여성가족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03-’07)에 ‘여성건강권 확보를 위한 보건정책 인프라 구축’을 중요사항으로 포함하였지만 거의 실행된 바가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제3차 여성정책기본계획(‘08-’12)(안)에서 ‘보건의료서비스의 성인지성 제고 및 여성건강 인프라마련’이 다시 보건 분야의 핵심사항으로 삽입되었다.
성별건강을 위한 인프라구축의 핵심은 일차적으로 성별로 차이나는 건강의 원인과 결과를 알아볼 수 있는 정보의 제공이다. 무엇보다도 국가차원의 보건정보가 많은 가운데 성별건강통계집이 주기적으로 작성되어 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성별차이와 건강을 전담하여 연구하는 연구기관의 설립도 필요하다.
정보차원에서 보자면 미국의 경우 매년 “Women's Health U.S.A"를 발간하여 여성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여성 통계집은 1985년부터 5년 단위로 발간되고 있으며, 양성평등에 중요한 폭넓은 주제로 시의적절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캐나다는 통계청 주관 하에 여성지위청 및 타 기관의 재원을 받아 여성건강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이 보고서는 동시대 캐나다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도록 인구학적 특징, 가족, 건강, 교육, 노동환경, 소득, 범죄자나 피해자 양 측면에서 범죄관련 양상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여성 간 차이가 극명하므로 보고서 전체의 1/3을 취약한 집단인 원주민 여성, 이주민 여성, 유색소수민족 여성, 여성노인, 여성장애인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외에도 젠더별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통계보고서가 시의적절하게 목적에 맞게 발간되고 있으며 여성을 위한 건강지표 작성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별 건강인프라의 두 번째 사항은 대상자별로 흩어져 있는 보건정책 - 보건복지부,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환경부 - 을 통괄하는 담당조직이 설정되고, 이 조직에서 보건정책의 성차를 반영하며, 정책의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업무의 수행이다. 캐나다의 경우 보건복지부내에 여성건강국이 존재하여 모든 보건정책의 성인지적 관점을 관철시키고 여성지위처의 주관 하에 보건정책의 성별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기금마련을 통해 지역별 여성건강센터를 운영하여 연구 및 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캐나다여성건강네트웤을 통해 전국의 NGO와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정부 및 연구소와 공동으로 여성건강정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또한 통계청에서 여성건강관련 통계를 작성하고 있고 젠더와 건강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어 한국의 여성건강 인프라부재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별 건강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항은 보건 및 보건관련 인력에 대한 성인지적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 사회환경과 건강의 연계 측면에서 성차에 대해 ‘젠더와 건강’ 교과목을 마련하고 의학전문대학원, 보건기관, 보건인력연수과정, 공무원을 대상으로 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젠더와 건강이라는 과목이 거의 교육이 되지 않고 있는 반면 외국에서는 의과대학, 보건대학원, 사회과학대학에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 등 보건인력과 미래의 사회정책수립자를 대상으로 ‘젠더와 건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 내용도 사회적 요인, 의료적 차원을 포함하여 매우 포괄적이다. 보건인력에 대한 교육은 실제 현장에서 성별 건강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정책결정자의 성인지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성별 건강정보의 부재, 건강담당부처간 산발성과 성(sex/gender)과 건강에 대한 이해부족, 보건인력의 젠더와 건강에 대한 교육 부족으로 인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성(sex/gender)이 보건정책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포함되는 특별한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 성별 보건정책의 인프라 구축은 여성과 남성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결과적으로 보다 효율적이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실행하여 모든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킬 것이다.
<한국여성학에 게제할 논문의 수정, 요약>
출력
